안녕하세요.
브랜드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터 이현규입니다.
오늘 여러분과 제 커리어 여정을
나누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현재 저는 디자인 스튜디오 ‘미드나잇 애프터눈’
그리고 브랜드 디자이너를 위한
온라인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과 같은 디자이너로서,
지나치게 걱정 많고
지독하게 현실적인 저의 경험과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들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할 이야기가
앞으로 쌓아갈 커리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커리어 여정
저는 홍익대학교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선배들과 동기들은
UXUI나 모션그래픽 분야로 진로를 정했는데
저는 브랜딩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브랜딩이라는 개념이 막 생겨나던 시기였고
브랜드 디자이너라는 직군 자체가 없었지만
저는 전공 수업 외에도
따로 시간을 내어 브랜딩을 공부했습니다.
UXUI 전공으로 네이버, 삼성 같은
대기업에 UXUI 디자이너로 취업하는
선배들을 보며 전공을 살려야 할지
제가 좋아하는 길을 가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긴 방황 끝에 좋아하는 것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기로 결정했고
가장 먼저 포트폴리오를 쌓고
나의 작업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군대를 다녀왔더니
브랜드 디자이너(BX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생겼습니다.
이 직군에 대해서 찾아보니 시각, 패키지, 모션그래픽
거의 모든 시각 디자인 영역을 조금씩 다루었고
이런 시각 매체를 브랜드에 맞게
기획하고 통합하는 직군이었습니다.
당시 브랜드 디자이너는 2D 디자인이나
패키지디자인, 편집디자인을 주로 다뤘습니다
전공에서 배운 모션그래픽, 3D 스킬과
제가 좋아하는 일러스트, 시각디자인을 접목해
2D, 3D, 모션그래픽을 모두 다루는
브랜드 디자이너로 포지셔닝하기로 했습니다.
여러가지에 관심이 많은
제 성향과도 잘 맞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작업물을 꾸준히 올리면서
네트워크를 넓혔고, 지인들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쌓아갔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스타트업이나
스튜디오의 인턴으로 일하는 친구들을 통해
프로젝트를 의뢰받았고, 이를 통해
브랜드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갔습니다.
3학년 때, 한 동기의 소개로
스타트업 '원티드'와 연이 닿았고
그곳에서 BX 디자이너로서
첫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취업의 설레임은 아주 잠깐이었고
본격적인 좌충우돌 스타트업 라이프가 시작됩니다.
첫 커리어
그리고 디자이너의 현실
저는 채용 플랫폼 스타트업 '원티드'에
11번째 직원으로 입사했어요.
처음엔 정말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습니다.
BX 디자이너는 저 혼자였고
비핸스를 보며 동경해왔던
멋지고 화려한 브랜딩 작업보다는
회사의 홍보를 위해 빠르게 쳐내야 하는
배너 제작이나 광고를 태우기 위한
마케팅 이미지 제작이 더 중요한
우선 순위였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엔 좀 실망도 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이 다 그렇듯 체계가 없고
여러 부서에서 일이 밀려옵니다.
업무 사이클이 굉장히 빠른
스타트업 특성상 브랜딩 업무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이직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실무 포트폴리오도 없고 경험도 부족하니
일단 연차를 쌓으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로
마음을 단단히 먹었습니다.
이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당시 제 초봉은 3000만 원대였는데
신입으로서 이 연봉이 적절한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주변에 연봉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월세와 관리비를 포함해 60만 원,
기본적인 생활비를 써보니
저축은 사치였습니다.
SNS에서 보던 멋진 공간에서
커피 내려 마시며 작업하는 디자이너의 삶과는
거리가 아주 멀었죠.
'이대로는 안 되겠다, 대기업으로 가면
최소 2배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실력을 키우자는 생각으로
'지금의 고생이 언젠가는 도움이 될 거야'라는
셀프 가스라이팅을 하며 버텼습니다.
2년이 지나고 드디어
원티드의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습니다.
웰컴키트부터 일러스트, 디자인 시스템까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었고, 이 과정을 정리해
개인 웹사이트에 회고록 형태로 공유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이 프로젝트가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강연 기회가 생기고 '디자인 테이블 시즌 2'의
호스트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더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고, 이를 통해 다양한 디자이너들과
소통하며 직업과 커리어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직을 위한 면접 팁부터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태도
그리고 실제 디자이너들의 연봉 수준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디자인 일이 정말 재미있고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즐거웠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도 '보상'이라는
현실적인 부분이 채워지지 않았던 거죠.
스타트업에서 받는 연봉으로는
미래가 불투명해 보였고, 많은 업무량에 비해
보상은 부족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대기업 이직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직군별 기업들의 연봉 정보를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3년 차 브랜드 디자이너 기준으로
중견 스타트업은 4000-5000만 원대,
대기업은 인센티브를 포함해
5000-6000만 원 정도였습니다.
세상 물정을 모르던 저는
대기업이면 최소 7000~8000만 원은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연봉 1억이 넘는
인하우스 디자이너가 많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이러한 현실을 마주하면서
자연스럽게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정말 운이 좋게도 중국의 텐센트에서
한국인 브랜드 디자이너를 찾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포트폴리오 제출부터 과제, 면접까지
3개월의 과정 끝에 텐센트 게임즈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과
낮은 연차에도 불구하고 여러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졌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원티드가 글로벌로 확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났던 영어 사용 경험도
면접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중국 현지 근무가 필수였지만
당시 중국으로 진출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았기에
크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연봉 협상이었습니다.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었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구글로 텐센트의 평균 연봉을 찾아보고
인사담당자와 수차례 전화로
연봉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텐센트 측에서는 이미 자신들이 제시하는
연봉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 높은 연봉을 요구했을 때 바로 거절당했습니다.
사실상 협상이라기보다는 통보에 가까웠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텐센트 게임즈로 이직하면서
연봉은 파격적으로 인상되었고
스타트업에서 채우지 못했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중국에서의 두 번째 커리어가
시작되었습니다.
두 번째 변화
IT 스타트업에서 게임 산업으로 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이곳에서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텐센트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기업이었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 슈퍼셀, 에픽게임즈의
지분을 보유한 텐센트 게임즈는
전 세계 게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이었죠.
그만큼 변화가 빠르고 글로벌 트렌드에 민감했으며
업무 속도도 상당히 빨랐습니다.
북미와 유럽과도 협업하다 보니
업무 시스템이 매우 체계적이었고
업무 프로세스와 평가에 기반한 보상 체계도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특히 배틀그라운드, 리그오브레전드 모바일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3D 툴과
게임만의 특별한 비주얼 스타일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이러한 경험이
제 디자인 실력의 폭을 넓혀주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며 성장하는 성취감도 컸지만
텐센트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은
'확실한 보상'이었습니다.
중국의 노동 강도가 매우 세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스타트업 경험이 있어서인지
특별히 힘들다고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게임 산업에서
브랜드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했고
평소 즐겨 하던 배틀그라운드와
리그오브레전드 작업이라 더욱 즐기며
일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작업도 인정받으면서
브랜드 디자이너에서 시니어 비주얼 디자이너로
업무 영역을 확장했고, 주요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며
매우 만족스러운 커리어를 쌓아나갔습니다.
세번째 변화,
크리에이터로의 전환
텐센트에서 일하던 중
CLASS 101에서 강의 제안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회사 업무가 너무 바빠서 거절했지만,
1 년 동안 이어진 제안에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팬데믹이 발생했습니다.
중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막히면서
한국에 머무르게 되었고, 이 시간을 활용해
클래스를 제작했습니다.
이 결정이 제 인생의 세 번째 전환점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그렇게 제작한 클래스는
오픈과 동시에 실시간 클래스 1위,
디자인 카테고리 1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클래스를 운영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제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과정에서
큰 가치와 보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점차 회사 업무보다 클래스 운영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되었고
제 경험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결국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저는 각기 다른 환경에서 귀중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스타트업에서는 유연한 사고와
다채로운 경험의 가치를
대기업에서는 체계적인 프로세스와 글로벌 시각을
그리고 크리에이터로서는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것의 소중함을 배웠습니다.
어떤 환경에 있든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려는 자세입니다.
그리고 이 여정에서 무엇보다 귀중한 것은 '관계'입니다.
제가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거쳐
지금은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크리에이터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분들과 맺은 소중한 인연 덕분입니다.
좋은 관계를 쌓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합니다.
‘좋은 디자인은 좋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은 단순한 격언이 아닙니다.
디자이너는 결코 홀로 일하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하우스 디자이너든, 스튜디오 운영자든,
우리는 항상 다른 사람들과 협업해야 합니다.
디자이너의 길을 선택했다는 것은
이미 협업의 가치를 받아들였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이들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타인의 장점을 발견하는 통찰력입니다.
단점에만 집중하면 조심할 수 있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는 없습니다.
장점을 보는 눈을 가질 때
비로소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어떤 조직에서 일하든
동료들의 강점을 파악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프로젝트를 이끄는 것이 핵심입니다.
좋은 관계는 좋은 기회를 만들고
그 기회는 훌륭한 디자인으로 이어집니다.
'좋은 디자인은 좋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을 가슴 깊이 새기며,
여러분의 여정에 더 많은 배움과
의미 있는 만남이 가득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