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결국 감각
문제를 시각적으로 해결한다는 말이 칭찬처럼 들리던 시절이었죠.
UI디자이너는 UX 리서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브랜드 디자이너는 디자인 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축하며
기업의 가치와 철학을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능력
이 모든 것이 좋은 디자이너의 기준이었습니다.
정확한 문제 정의, 데이터 기반의 판단
프로세스의 투명성, 그리고 근거 있는 결과물.
이런 흐름으로 Date-Driven적 접근이 기업의 성장을 견인했고,
디자이너들은 그들의 역할을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
Problem Solver로 정체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논리와 데이터의 시대
Data-Driven Design. Logical Design. Problem-Solving Design.
이 세 가지가 디자이너의 경쟁력이자, 커리어의 언어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논리의 시대가 서서히 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했죠.
모든 브랜드의 톤앤매너가 비슷해지고, 결과물이 일정한 틀 안에서만 반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정답 같은 디자인은 넘쳐났지만, 감동이 있는 디자인은 점점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이제 문제를 해결하는 존재는
디자이너가 아닙니다.
AI가 그 역할을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해냅니다.
AI는 하루에도 수백만 개의 이미지를 학습하며
데이터 기반으로 최적의 구성을 찾아내고,
논리적 일관성과 효율성을 인간보다 더 완벽하게 계산합니다.
이제는 A/B 테스트나 유저 여정 분석같은 작업조차
AI가 실시간으로 더 정교하게 수행합니다.
심지어 브랜드의 톤앤매너를 학습시켜
로고의 형태를 변주하고, 색상 팔레트를 제안하며
브랜드 캠페인 비주얼을 자동으로 생성하기도 하죠.
이제 문제해결(Problem-Solving)은 AI의 영역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AI가 문제를 해결한다면
디자이너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기업들이 지금 진짜로 찾고 있는 사람은
논리로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환경이나 조건이 바뀌어도 감각적으로 일관된 퀄리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디자이너입니다.
비슷한 툴을 쓰고, 비슷한 프로세스를 거쳐도
결과물의 톤과 감도에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
AI가 제시한 100개의 시각적 옵션 중
무엇이 브랜드에 가장 어울리는가, 어떤 AI툴이 우리 팀에 적합한가를
판단할 수 있는 높은 미적 기준과 디렉팅 능력을 지닌 디자이너
그게 바로 지금 시대가 원하는 디자이너입니다.
이제 중요한 건 감도Sensitivity입니다.
감도란 단순히 예쁜 것을 구분하는 미적 취향이 아닙니다.
주어진 맥락 속에서 무엇이 어울리는가, 무엇이 어긋나는가를
한눈에 읽어내는 시각적 판단력입니다.
그건 숫자나 데이터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공간의 공기, 조명의 온도, 타이포그래피의 리듬, 컬러의 뉘앙스처럼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미묘한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AI는 이런 미묘한 맥락의 균형감,
느낌의 정확성을 아직 이해하지 못합니다.
바로 그 지점이 인간 디자이너의 강력한 영역입니다.